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박, 그리고 그걸 먹는 법
"수박 한 통에 수백만 원이라고요? 설마요!"
이 말도 안 되는 가격표를 본 사람들은 한 번쯤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과일이 아닙니다.
‘덴스케 수박(Densuke watermelon)’,
검은 껍질을 가진 일본 홋카이도산 수박은 진심으로 ‘럭셔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검정 수박의 등장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의 소규모 농장에서 처음 등장한 덴스케 수박은
그 생김새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보통 수박과 달리 껍질이 진한 흑색, 거의 광택이 날 정도로 매끄럽고 윤이 납니다.
겉모습부터 마치 ‘돌덩이’ 같지만, 속살은 매우 붉고 당도는 일반 수박보다 훨씬 높습니다.
생산량도 적어 1년에 약 100개 남짓,
그 중 최고 등급으로 분류된 몇 통만이 경매에 나와 고가에 낙찰됩니다.
2008년 일본의 한 백화점 경매에서는
덴스케 수박 한 통이 65만 엔,
지금 환율 기준으로 약 600만 원에 팔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누가 이 수박을 사는 걸까?
의외로 이 수박을 사는 사람들은 부유한 취향의 미식가보다는,
‘의미’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일본에서는 고급 과일을 선물 문화의 일환으로 여깁니다.
상대방에게 진심과 존경을 표현하고 싶을 때,
그 무엇보다 정성스럽고 귀한 ‘과일’을 선택합니다.
결혼, 출산, 개업식, 승진 축하에 이 덴스케 수박은 최고의 품격을 가진 선물이 되는 셈이지요.
어떻게 먹는 걸까?
그 비싼 수박을 그냥 썰어 먹는 걸까요?
네.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나 먹는 순간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 됩니다.
- 먼저, 고급 과일 칼로 정성스럽게 수박을 썹니다.
- 먹는 사람은 반드시 입을 작게 벌리고,
- 입 안에 수박 조각을 넣는 순간 말을 하지 않고 천천히 씹습니다.
- 당도와 수분감, 식감, 향기를 하나씩 음미합니다.
마치 와인을 시음하듯, 수박을 ‘시식’하는 거죠.
그리고 대부분은… 나머지는 가족이나 소중한 이와 ‘조용히’ 나눠 먹습니다.
이 수박은 음식이자 감정, 예절, 철학인 셈입니다.
왜 그렇게 비쌀까?
- 한정된 생산 – 오직 홋카이도 특정 지역에서만 소량 재배
- 철저한 선별 – 크기, 색, 무게, 모양, 당도까지 모두 통과한 '상급'만 경매 출품
- 브랜드 가치 – '덴스케'라는 이름 자체가 희귀성과 품질을 보증
- 문화적 상징성 – 단순한 과일이 아닌 ‘감사와 존중’의 표현
바다의 사족 한 스푼
수박 한 통이 자동차 월 할부보다 비싸다니,
왠지 슬슬 더운 여름이면 시원하게 ‘드르륵’ 깎아서 한입 베어물고 싶어지지만…
덴스케 수박은 그저 한입이 아니라,
그 한입에 **예의와 품격, 그리고 ‘선물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라 생각하면 조금은 납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사 먹는 수박 한 조각도
누군가에겐 '여름의 추억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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